2007/11/22 22:07
IMF가 오늘로서 정확히 10주년이라네요.
저는 97년 이날.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고등학교는 뺑뺑이 돌려서 들어간 평준화 지역의 사립고등학교였죠.
처음엔 IMF 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나 큰 사건이 하나 터졌지요.
친한 친구중 한녀석의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소위 말하는 '망한' 것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더군요.
그 당시 어려서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 친구는 고등학교 등록금을 3분기째 못냈고..
결국 학교를 자퇴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자퇴라... 정말 X 같은 것이지요.
그 당시 아마 친구들이랑 술을 가장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와 친한 친구들은 여럿이서 돈을 모아 친구의 등록금을 모아보리라 마음 먹었는데.. 이미 늦어서 아버지와 함께 한동안 중국으로 가기로 결정이 된 뒤더군요.
그래서 저와 친구들은 돈을 조금씩 모아 그 당시 그 친구를 위해 소니 워크맨과 친구들이 선곡한 노래 테이프 몇개를 넣어 선물을 준비하고 최후의 술자리를 함께 하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를 자퇴했던 친구는 후에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의 IMF 시절은 고등학교 시절로 이러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작은 변화가 생긴것이 하나 있었죠..
세상을 조금씩 구조적으로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우리나라는 고등학교도 그냥 못보내 주는 것일까?
이 의문이 시작이었죠.
경제가 어렵다면, 오히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여 경제를 살릴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터인데.. 왜 우리나라는 무상교육이 되지 않는 것일까를 고민했죠 ( 그 당시는 고등학교 까지만이라도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친구의 가정형편도 어려웠지만, 국가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생활처를 마련해준다면 적어도 고등학교는 정상적으로 졸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죠.
10년전 그날 IMF가 없었고 친구의 고등학교 자퇴라는 사건도 없었다면, 전 그냥 아주 평범하고 세상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을듯 한데..
그 사건이후 세상을 약간 삐딱하게 보기 시작한듯 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은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죠..
아주 어린시절에는 그저 사회나가서 돈 많이 벌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사건 이후 점점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IMF는 고딩이던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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