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2 15:09

오랜만에 야학 일지를 쓴다.
요즈음 여러모로 바쁘다 보니 ㅡ.ㅡ;

최근들어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쉼터에서 지내는 친구 2명이 20세, 18세로 연령대를 확 낮추고 있으며, 센터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는 20세 친구도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꾸준히 수업을 받는 40대 여성분까지 해도 3명의 젊은 친구들 덕분에(?)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이래 저래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가지고 수업하다가 우연히 20세 친구가 아르바이트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PC방에서 새벽부터 일을 한다고 한다. 새벽 6시 부터 하루 6시간 정도 일은 하는데 시급은 3000원....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08년 현재 3770원이다.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수업시간에 그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는 해 주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거나 내가 함께 하겠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그 친구 이야기가 그래도 본인은 나은 편이란다. 친구중 어떤 친구는시급 2500원을 받으며 일하는 친구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나는 대학때 '아르바이트 권리찾기'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나에게 상담을 받은 친구들을 노무사와 연결시켜 주거나 학교 앞 해당 가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즈음 직장인이라는 핑계, 그리고 개인적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러한 아주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함께 못하고 있다. 정말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에게 수업을 받는 그 학생에게 마치면서 PC방 주인아저씨께 최저임금이 얼마임을 이야기 하고 정당하게 요구를 하라는 말, 그리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노동부에 진정하라는 말과 노동부 진정할때는 내가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친구가 그런 행동을 할 지는 의문이다. 내 생각에는 하지 못할 것 같다.
현재 쉼터에서 지내는 형편으로 지내는 사정또한 여의치 않기 때문이리라...

여러가지 고민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날이다.

Posted by 기동청년
,
2008/05/15 23:45

오늘은 '스승의 날' 이었습니다.
지난 몇년동안 촌지 등의 논란으로 '스승의 날'에 수업을 안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어버이 날 등에 단기방학을 한 학교들이 많아 수업을 하는 곳이 많은 듯 하더군요.

저는 정식 교사는 아니지만, 스승의 날 인 오늘 뜻깊게 보냈습니다.
매주 월요일 회사일을 마치고 참여하는 야학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이죠.
사실 99년도 부터 야학활동을 하면서 '스승의 날'이라고 기념에 참여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작년에도 지금 활동하는 야학에서 행사가 있었기는 했지만, 스승의 날 당일 당직 근무라 참여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회사일을 마치고 야학으로 가니 왼쪽편엔 휠체어 등에 학생분들이 앉아 계셨고 오른쪽엔 각 과목별 야학 교사분들이 자리했습니다.
학생대표가 사회를 보며 야학교사분들께 감사를 드리는 시간, 그리고 교사 대표가 답사를 하는 시간 등. 야학의 '스승의 날' 행사였지만 기존 학교들의 '스승의 날'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형식적인 차이가 있다면, 정규학교가 아니라는 점 뿐이었죠.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행사 내용이 아니라 학생 한 분 한 분의 눈동자와 교사 한 분 한 분의 가슴에 있지 않았나 합니다.
어찌보면 '야학'이라는 공간에서 굳이 기존 학교의 형식을 다 따라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야학의 학생분들은 대부분이 성인 장애인입니다. 과거 학창시절을 보냈어야할 시기에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학교를 다녔던 것을 보았다면 그 상실감은 정말 컸겠지요. 그러한 학생분들이 지금 야학에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만학도지만, 그리고 함께 수업받는 학생들의 나이도 다 다르고 야학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은 아들.딸 정도 되지만 이렇게 야학에서 수업받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요.

오늘 야학에서 '스승의 날'행사를 하면서 눈물이 글썽 글썽한 학생분을 보았습니다.
따로 묻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게 해준 야학에 대한 감사함. 야학 교사분들에 대한 감사 등 등이 가까이에서 느껴졌습니다.

학생분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는데 저는 생전 처음 제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았습니다. 그 도 그럴것이 이제 나이 20대 후반에 어떻게 카네이션을 제 가슴에 달 기회가 있었겠습니까?
오늘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때도 하나 새로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보통 카네이션은 학생들이 다가와서 교사들께 달아주겠지만, 오늘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유는 학생분들이 보통 장애가 있으시기에 야학교사분들이 학생들에게 다가 간 것이지요.

이것이 제가 지금 야학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상-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에게 다가갈 수 있고 학생과 교사가 서로 교감하는...

'스승의 날'인 오늘 저는 야학교사라서 정말 행복합니다.
Posted by 기동청년
,
2008/04/28 22:06

모처럼 건강한 체력으로 야학에 갔다 ^^;
매번 새벽 근무 후 야학에 갔더니 2교시 수업할때 쯤이면 너무 피곤했는데.. 오늘은 푹 잠을 자고 간 탓인지 열정적인(?)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지난번 4월 검정고시 기출문제 풀이과정을 수업하는데... 지난주부터 수업에 참가한 윤아가 정말 열공한다. 수업중 내가 잠시 농담을 하면, 웃다가도 너무 농담이 길어지거나 하면 수업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 공부하기 전에 '바'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 순간 내 머리는 조금 '멍'해졌다.

이제 갓 20살인 친구가 바에서 일했다니, 뭐 일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늦게 발견 한 것 같아서 좀 아쉬움이 든다.
바에서일할 당시 수입도 꽤 되고 팁도 좀 받았다는데 공부를 위해 포기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또 다짐한다.
'열심히 수업해야지, 그리고 이곳 학생들이 '합격'하기 전까진 이곳을 떠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야학경력 거의 10년, 그러다 보니 우연찮게 지역 사회복지 신문에도 소개되었긴 하지만, 아직 내가 할 일은 많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점도 정말 많다.

내가 할 일은 기본적으로 '야학'활동을 계속하며 이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공부할 기회를 놓친 분들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가 보완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은 '실천'이다. ㅎㅎ

힘내서 열심히 수업해야 겠다.
그나저나 어린이 날, 석가탄신일 덕분(?)에 2주간이나 수업이 공강이다 ;;;
Posted by 기동청년
,
2008/04/21 23:17

4월 검정고시 후 첫 수업을 하였다.
2008년도 1회분 검시문제를 출력해서 갔어야 하는데 깜빡하여 기존 2005년도 1회 검정고시 문제들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에 앞서 새로운 학생 한명이 왔다.
나이는 20, 쉼터에서 지내는 친구였다.
학교를 다니다가 자퇴하고 재입학 그리고 다시 자퇴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해서 '고졸'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리고 항상 수업에 빠지지 않는 학생 한분은 고민이 많으신듯 했다.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수급자'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여러가지 서류 준비등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서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8월 검시에 자신이 없어 시험 접수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하는중이란다.

나도 최근 여러가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긴 했지만 학생들을 제대로 신경 못쓴게 미안해 졌다.

오늘은 1교시만 수업하고 2교시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간식 타임을 가졌다.
드라마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TV 이야기 등...
학생분들이 좀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
어제는 장애인의 날 혹은 장애차별철폐의 날이었다.
새로온 친구는 비장애인이어서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우연히도 수학 용어 '정의'가 나와서 내 특기인 정의로운 사회를 설명해주려다 이런 저런 말이 나온 것이다.
어린 친구는 수첩에 메모도 했다며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그 웃음을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기동청년
,
2008/04/14 15:27

작년 검정고시 시험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시험장에 가기 어려운 분들을 시험장까지 태워 드리는 일도 담당했었는데 이번에는 다 수송차량이 예정되어 있어 점심시간에 맞추어 시험장을 찾았다.

사실 좀 더 일찍 가서 응원을 했어야 하는데 최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 아주 힘든지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4교시 시험을 치르고 있는 동안 시험장에 도착하여, 내가 수업하는 과목인 수학 시험때 응원을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참고로 수학은 2교시에 배치되어 있다.

점심을 먹으며 하는 학생분의 이야기 "수학이 너무 어려워"
이말을 듣는 나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물론 짧은 시간에 '합격'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지만, 나름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 주는 것이 내 목표인데 그러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것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고입 검정고시는 2과목이 더 남았고, 고졸 검정고시는 4과목이 더 남았다.
바깥에서 책 한권을 이리 저리 보며 학생들을 기다렸다.

이상하게 그 날 나는 힘이 안나서 열심히 응원을 못해준게 지금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주는 검시 직후라 한주 쉬고 다음주부터 다시 수업이 있는데 열심히 해야겠다.

힘을 좀 내봐야지...

''야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에서 일했던 20살 친구의 늦은 학업  (0) 2008.10.01
4월 검정고시 후 첫 수업  (0) 2008.10.01
검정고시 D- 20  (0) 2008.10.01
이차함수 수업 그리고 코피  (0) 2008.10.01
새로운 학생이 오다  (0) 2008.10.01
Posted by 기동청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