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학 혹은 경제학 강연이라하면 왠지 무겁게 느껴진다. 무겁게 느껴지는 것 뿐 아니라 보통의 경우 많은 관중을을 사로잡기가 쉽지않다. 사실 내 경험도 그랬다. (물론 이는 강연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무지에서 오는 결과이다 ^^; )
'인문학 경제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깬 강연이 있었으니 바로 어제 제주에서 있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이었다. 금요일 저녁 연초라 많은 약속들이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내가보기에 대략 300명을 훌쩍 넘는 인원들이 모여들었다. 뿐만 아니라 1만원이라는 참가비가 있었음데도 불구하고 강연장소의 모든 좌석은 물론 보조의자와 계단 사이 사이와 복도까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곳에 그렇게 모인다고 해서 특별한 상품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바로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사전행사로 몇가지 이벤트가 진행되고 난 후 신영복 선생님께서 무대로 오르셨다. 올해 70이시지만, 누구보다도 젊어보이셨다.
어제 강연의 주제는 '숲으로 가는 길' 선생님께서는 숲으로 가는 길을 우리 머리에서 가슴을 지나 발로 가는 아주 먼 여정에 비유를 해주셨다. 이 때 그린 사람의 모습 (머리와 가슴과 발)을 보는 청중은 선생님의 위트있는 멘트와 함께 사람의 모습에 곳곳에서 빵빵 터졌다.
선생님께서 오랜시간동안 감옥에 계시면서 스스로도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해주실때 아 나도 선생님의 말씀처럼 지금까지 상대방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고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하면서 생각해왔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중간 중간에 선생님께서의 감옥에서 만났던 한 청년의 이야기나 감옥에서 '떡신사'였던 사연들을 이야기 주실 때에는 빵빵 터진 것을 넘어 300여 관중이 들썩일 정도가 아니었나 한다.
선생님께서는 강연을 마치면서 강연의 주제인 '숲으로 가는 길'의 조건에 대해 말씀주셨는데.
첫째는 곧고 빠른 도로가 아닌 길을 걸어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경제성만 중요시 하는 큰 도로가 아닌 길을 가며 사람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길을 말씀하셨다.
두번째는 자부심,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떳떳해야 큰 힘이 생긴다는 말씀, 세번째는 '자유'에 대해 말씀주셨는데 이 때 네덜란드의 동화작가 이야기를 소개해주셨다.
어느 버섯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며 그 버섯을 독버섯이라고 하여 그 버섯이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는데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때에도 식탁의 논리로 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되돌아보라는 말씀을 주셨다.
식탁의 논리.. 정말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냐 당장 나에게 어떤 이익이 오냐 나에게 불이익은 없는가 위주로만 생각해온것은 아닌가 싶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이 끝다고 더숲트리오(성공회대 교수님들의 노래패?) 공연도 있었는데, 더숲트리오 교수님들의 멘트에서도 곳곳에서 빵빵터졌다. 신영복 선생님의 입담을 때론 뛰어넘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ㅎㅎ
이어 공연이 끝나고나서는 신영복 선생님께서 다시 무대에 오르시고, 깜짝 이벤트로 방송인 김제동씨가 나와 질의응답 시간의 사회를 봤는데 처음으로 본 김제동. 역시 김제동이였다.
구수한 입담과 재치있는 위트, 최근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그 였기에 특히 더 구수하지 않았나 싶다.
어서 안드로이드가 내 손에 오길 기다릴 뿐이다 ;;
어제 강연을 들으면서 역시 좋은 말씀은 자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생활을 하며 때때로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나또한 너무 작은것에 일희일비 하고 타인을 대상화 하며 살아온 듯 하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P.S
신영복 선생님께서는 전국 순회 강연을 하신다고 하니 지역에서 강연이 있으면 꼭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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