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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4 2010년 3월 4일, 공부에 대한 단상

나는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구도 공부하는 것을 즐기진 않겠지만..

고교시절 나는 '이과'로 진학을 했다. 사실 고교1학년때 '이과'나 '문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었고 그냥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랬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의 한 학년 학급은 총 12학급이었는데, 남자학교의 경우 보통 문과가 4학급, 이과가 8학급이었다. 그리고 이를 바꾸는 건 쉽지 않기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학할 때 담임 선생님들이 대략 그 학생의 성적을 보고 분류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부모님도 내가 이과로 진학하는 것을 원했고 담임선생님도 이과를 추천했다. 이유는 단지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 과목이 점수가 높다는 이유와, 이과가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 당시에는 나도 고민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고교시절 내가 진학을 희망했던 대학의 학과는 '원예학과'였고 원예학과 역시 이과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나도 이과로 진학을 했다.

고교시절나는 보통의 친구들과 비슷했는데,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했다는 정도.
그 시절 한달 용돈이 3만원 정도였는데, 용돈을 받자마자 핫뮤직 1권과 원하는 메탈 CD 혹은 Tape을 한장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부산의 남포동에 작은 백화점이 하나 있었는데.. 오픈 기념으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락 밴드드을 초청하여 짧은 공연을 가졌는데 나는 이 공연장에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야자'를 땡땡이 쳤었다.

그 당시 공연을 봤던 밴드들은 블랙홀, 이스크라, 메이데이 등의 공연을 봤었고 미친듯이 헤드뱅잉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지만.. ㅋ

그리고 그 당시 기억이 나는 앨범은 이스크라 1집, 당시 미성년자 구입불가였는데 동네 레코드점 아저씨가 개의치 않고 판매를 했다. 특별히 미성년자에게 구입불가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스크라의 앨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적과 친구' 입시 경쟁 등을 가슴아프게 노래한 것인데.. 나에겐 반골기질이 있는지 이 곡에 심취한 후부터 공부하는 것이 더 싫었다.
그러나 대학진학에 대한 포기까지 할 정도로 용기있진 않아서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진학을 하게된다.

대학진학을 할 때 난 2가지를 원했는데 하나는 서울로 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원예학과로 진학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부모님은 둘 다를 반대하셨고 나는 타협하여 우선 서울로 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서울소재의 대학 그리고 '컴퓨터학부'에 진학을 했다.

난 당연히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어서, 컴퓨터학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그러다보니 학업보다는 동아리나 학생회 혹은 기타활동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던 기억이다.
또 나는 용기가 부족하여 전과도 못했고 원하는 학과가 있는 학교로 편입 등도 생각을 못했다. 물론 대학성적이 낮았으니 조건도 안되었고...

그러나 난 대학시절 4년동안 무수히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학과공부에는 소홀했지만 동아리 활동 등에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나서 졸업을 하게된 2006년 대학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야로 취업을 하게되었다. 이 분야는 대학시절 다양한 활동을 한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으며 더 흥미롭고 재미가 있었다. 이렇게 대학 학과 친구들과는 다른 길로 취업하여 4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나에게 문득(?) 학업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직업과 관련한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었고 이렇게 공부하면 직무에도 도움이 되고 스스로도 더 전문성있게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야간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까지 했다.
이 때가 정말 기분 좋았던 시간이 아니었나 한다. 스스로 공부하고자 한 때는 이 때가 처음이었고 합격했다는 통보에는 대학 합격보다 훨씬 기뻤다. 그리고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하여 최종 등록을 하였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가 생겨 대학원 진학을 포기해야 했고 나는 대학원에 입학포기각서를 제출했다. 이 날 처럼 공허감이 많았던 날도 별로 없었던 기억이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용기가 있었다면, 2일전인 3월 2일부터 들뜬 마음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나에겐 그 용기가 부족했다.

1999년 대학을 입학했고 벌써 11년이 지났다. 고교시절 부터 대학시절까지 그렇게 하기 싫었던 공부가 지금은 하고싶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몇 년 더 지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Posted by 기동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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